목회칼럼
“나를 행복하게 만든 비 vs 그놈의 비”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촉촉한 초겨울비가 내렸습니다. 워낙 강수량이 부족한 남가주인지라 비가 오면 기분이 상큼해 집니다. 평상시는 어떤 목적지이든 도착하면 차에서 바로 내리는 습관이 있지만, 비가 오는 날 만큼은 여유를 부려 봅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차에 앉아 창문에 흩뿌리우는 빗줄기를 감상해 봅니다. 운전석 정면 윈도우에 방울 방울 맺혀지는 물방울의 영롱함에 잠시 멍해지기도 합니다. 비오는 날의 모습은 흡사 한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사방의 건조했던 기운속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촉촉함 속에서의 풍광은 참 아름답습니다. 내가 매일 오고 다녔던 신작로가 달라보이며, 집주변이 그리고 교회 주변이 달라보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공기의 냄새마저도 다릅니다. 코끝에 와닿는 공기의 느낌은 신선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비오는 날의 정취에 흠뻑 취해 전화를 해 봅니다. “집사님, 비가 오니 너무 좋죠?” 강한 동의의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수화기에서는 의외의 반응이 흘러나옵니다. “좋긴요, 목사님. 구질구질합니다. 이놈의 비 때문에 프리웨이 트래픽이 장난이 아닙니다.” 빗속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속상해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TV를 보니 오늘 내린 비로 인한 교통사고가 너무나 많았더군요. “이놈의 비가 오니 장사가 안되네요. 오늘 장사 완전히 공쳤습니다.” 비 때문에 장사를 망쳤다는 또 다른 분의 볼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난 비 때문에 하루가 행복했는데… 많은 분들은 그놈의 비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낭만’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비의 폐해를 지겨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똑같은 사물을 향해 두개의 상이한 반응이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행복이냐 불행이냐는 조건이나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지금도 창밖에는 소근 소근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다소곳이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비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넌 뭐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비냐, 아님 볼멘 목소리를 만드는 그놈의 비냐?”
사랑과 감사로
목회실에서 김지성 목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