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헤어짐” (2013년9월8일)

GMC 2013.09.06 12:46 조회 수 : 7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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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한국의 대표적 시인 김소월의 시 중 압권은 진달래꽃입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이별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걸작 중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읖조려보았을 그런 시입니다.  헤어짐의 아픔은 사랑과 비례합니다.  사랑의 깊이가 크면 클수록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절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의 의지가 너무 크다면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라는 표현으로 아픈 심정을 역설적으로 감출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헤어짐의 아픔은 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 모두에게 있겠지만 진달래꽃을 낭송하다보면 보내는 자의 아픔이 훨씬 더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바위선교회의 김대평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별의 아픔을 토로하신 내용을 듣고 많이 공감을 하게되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필연 헤어짐이 있지만 목회자에게 있어서 헤어짐은 언제나 큰 아픔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김목사님께서 목회하시면서 가장 힘든 일은 교우들을 떠나보내는 일이었다라고 회고하셨습니다.  그래서 김목사님께서는 새가족반을 마칠 무렵에는 꼭 이렇게 당부를 하셨답니다.  만약 수년내에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시면 차라리 지금 교회를 떠나십시오.  이별의 아픔을 저는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이유없는 헤어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헤어짐에 이유를 붙이자면 오래 존재할 관계는 이 지구상에 단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동고동락할 부부관계도 없을 것입니다.  평생을 막역한 사이로 지낼 수 있는 친구관계도, 위로와 격려의 동역자관계도, 미래를 꿈꾸는 동업관계도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헤어짐에 굳이 이유를 붙이며 교회를 떠나는 교우들을 볼 때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은 모든 목회자들에게 경험되는 동변상련의 마음일 것입니다.

 

어떤 분은 교회를 떠나며 목사님께 잘 전해달라는 말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통보받는 이별의 아픔은 고뇌입니다.  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각성제입니다.  섬김의 열정마저 부숴뜨리는 공포입니다.  수년간의 관계가 한마디의 통보로 결론될 수 있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떠남은 자유지만, 진정한 사랑의 관계 속에는 자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떠남에는 강한 억압과 자책만이 있을 뿐입니다.  사랑한다면 왜 떠나가야해라고 절규조의 어떤 대중가요 가사가 생각납니다.  비탄조의 표현이지만 와닿는 말입니다.

 

헤어짐을 생각하기에 앞서 관계의 의미를 묵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헤어짐을 위한 기도는 관계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간접적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분명 헤어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안에서의 헤어짐에는 인정과 축복이 존재합니다.  헤어짐의 당위성이 인정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러나 나홀로만의 당위성은 일방적 명분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의 뜻안에서의 헤어짐 역시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달래꽃의 아픔은 결코 아닙니다.  목회를 하면서 깊은 바람은 이별을 해도 진달래꽃을 읖조리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석별의 정을 나누지만 재회의 기쁨 그리고 하나님의 기쁨을 기대하는 이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감사로

목회실에서 김지성 목사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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