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 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또 한 마리 산양이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아버지와 딸
좋은 아버지는
딸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딸은 이를 기억하며 산다.
이것이 혼자 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아버지의 사랑과 지원은
딸이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삶을 긍정적이고 진지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
- 플로렌스 포크의《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중에서 -
아버지는 딸에게 한 그루 나무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말 없는 사랑의 그늘이 되어줍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어 잎이 지고 가지가 꺾여나가도
그루터기로 남아 조용히 눈물 쏟으며
딸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기도로 자란 딸은
망하는 법이 없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여름이면 장마비 속에서
'아빠의 청춘'을
즐겨부르시던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흘러나오는
Paul Anka 의 Papa 를 따라부르며
하염없이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