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팔로워십 (Followership)”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을 갈망합니다. “훌륭합니다” “멋집니다” “최고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합니다.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성공도 사실 알고 보면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성공은 결코 성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토록 인정을 갈망하다 보니 이 시대는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리더십이란 리더의 품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리더에 대해 정의하라고 하면 ‘앞선 자’ ‘사람들을 이끄는 자’ ‘머리가 되는 자’ ‘지시하는 자’ ‘인정받는 자’등등이
될 것입니다. 서점에 가면 ‘리더십’에 대한 신간들이 끊임없이 진열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만큼 이 시대가 인정에 굶주리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입사 시험을 치룹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입시 시험을 치루는
것도 모자라, 소위 대기업들에 취직하기 위한 시험을 치룬다는 것은 미국 생활을 하는 제게는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필기 시험 후 구두 시험 격인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고려되는 사항이 ‘리더십’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리더십을 꼽는 이유는 리더의 소양을 갖춘 자가 회사에 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직장인들은 회사 업무 후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리더십을 배우는 학원에 등록하여 수강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리더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외국어와 기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한 것들을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각광받는 학문 분야 중 하나가 경영학입니다. 원래 경영학은 ‘비즈니스’의 운영체계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학문 분야입니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은 리더십 분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경영학은 곧 리더십이다”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명문학교 중 하나라고 불리우는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는 사관생도들에게 군사적 전략이나 전술보다 리더십을 더 많이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리더가 되라 (Be a leader)”는 구호는 비단 학교, 기업, 군대 뿐 아니라 목회자
후보생들의 요람인 신학교에서도 외쳐지고 있습니다. 리더십 신학부문은 목회학, 선교학등에서 신학생들이 배워야 할 정규과목으로 채택되어 강의되고
있습니다. 목회 후보생,
또는 선교사 후보생들은 리더가 되기 위한 소양을 신학교에서 배우고 또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이토록 리더십에 열광하다 보니 교회도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섬김’을 의미하는 직분이 자연스럽게 ‘리더’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고백으로는 ‘섬김’을 표현하지만 실제로 직분이나 사역하는
위치는 리더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죽도록 충성해야 할 섬김의 자리’는 ‘인정받는 리더의
자리’로 다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리더십을 얼마나 강조하고 있을까요?
놀라웁게도 성경 속에는 ‘리더가 되라’는 내용이 단 한구절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역설하셨습니다. “세상은 리더를 큰 자로 여기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낮아지는 자를 큰 자로 여긴다”라는 말씀과 더불어 “섬기는 자가 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섬기는 자’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성경은 리더가 되지 못하면 실패한 자라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서조차 리더가 되지 못한 존재는 실패한 존재처럼 다루어집니다. 직분을 얻지 못하면, 그 흔한 ‘장’자리 하나 얻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 존재로 여기며 자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견디다 못해 교회를 떠나는 사람조차 있습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행동입니다. 성경은 뛰어난 리더가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팔로워(Follower)’가 될 것을 강조합니다. 직분자는 리더로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분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팔로워’로 세움 받은 것입니다. 성도는 섬기는 자입니다. 섬기고 또 섬기는 ‘죽도록 충성하는 존재’로 부르심 받은 것입니다. 우리가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은 리더십이 아닌 성경적 팔로워십입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이미 그리스도의 인정은 물건너간 것으로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리더를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한껏 낮추는 ‘팔로워’를 찾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배우고 또 세워야 할 소양은 팔로워십이 됨을 결코 잊지 맙시다.
목회실에서 김지성 목사가 드립니다.